One Book, One Campus 참여 학생 모집

 

‘One() Book, One() Campus’는 고려대 CORE 사업단이 주관하는 종합 프로젝트로인문학 도서 한 권을 선정하여 읽고 이를 바탕으로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인문학적 성찰과 지식의 심화확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열린 프로젝트입니다. 제1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제2기 <위험사회>에 이어 제3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학생을 모집합니다.

 

        

● 제3기 One Book, One Campus 선정 도서(2018)

오긍, <정관정요>

 

고려대 CORE사업의 프로그램으로 한 권의 책을 5백명의 학생들이 함께 읽고, 관련되는 강연과 소모임, 기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에 참여하는 "OneBook OneCampus". 그 세 번째 텍스트로 <정관정요貞觀政要>를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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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위험사회>. 지난 두 번의 책이 서양서였으니 이번엔 동양서 중에 고르자는 것을 원칙으로 삼긴 했지만, 여러 이유로 선정 과정이 난항을 겪었습니다. 명실공히 고전이라고 할 만한 텍스트들은 이미 다른 기회로 많이 읽히고 있어서 굳이 이 프로그램에서까지 해야 하는지 이견들이 있었습니다. 동양서 가운데 고전은 주로 한문으로 쓰여 있는데 번역과 주석에 기대야 하는 폭이 커서 번역본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고, 각 나라의 현대어로 쓰인 책 가운데 보편성을 획득한 고전을 고르기에는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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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정관정요>를 제안하게 된 것은, 한문 고전으로 오랫동안 읽혀온 책 가운데 비교적 번역에 의한 편차가 그리 크지 않은 책이라는 점이 일차적으로 고려되었습니다. 단일한 필치로 일관된 체계를 이룬 저작이 아니고 여러 문답과 상소문들을 모아서 열 가지 주제로 엮은 구성이라는 점이 단점이긴 하지만, 이건 전근대 고전의 형식적인 관습으로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학생들에게 나눠줄 책으로는 김영문 (靑靑齋) 선생님의 번역서를 택했습니다. 향후 특강도 부탁드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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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결정한 뒤 알래스카 다녀오고 하는 사이에 이미 공지가 나갔는데, 뒤늦게나마 이 책을 낯설어할 학생들을 위한 소개를 덧붙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몇 마디 적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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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토론에서 길을 찾다, 정관정요>

정관貞觀은 당나라 태종의 연호이니, '정관정요貞觀政要'라는 책 제목은 '당 태종 시대 정치의 요체' 정도가 되겠습니다. 부친을 내세워 혁명을 완수한 것이 21세, 태자인 형을 몰아내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 게 29세이니, 당 태종 이세민이 입지전적인 인물임은 인정할 만합니다. 하지만 그가 행한 정치가 정말 이상적이었을지는 의문입니다. 더구나 그는 요즘 핫하다는 영화 <안시성>에서 고구려를 침략했다가 양만춘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은 바로 그 당 태종이 아니었던가요. 무엇보다도, 1300여 년 전의 정치사상서가 오늘날 무슨 답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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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당 태종의 언행을 주로 기록한 책입니다만, 그 당시에 저작된 것은 아닙니다. 역사가 오긍이 당 태종 사후 50년이 지난 때 편찬해서 현종에게 올린 책입니다. 제대로 된 정치를 이루어 보겠다고 시작한 당 태종 역시 집권 말기에 이미 심각한 문제들을 드러내었고, 이후 측천무후의 치세를 거치면서 정치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할아버지 태종의 언행을 담아서 정치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지침서로 올린 것이니 이상화된 찬양 일변도의 책이리라 짐작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태종이 정말 이렇게 했을까 싶은 미담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의외로 이 책에는 태종의 약점과 잘못들도 꽤나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 책의 상당 부분이 신하들과의 대화로 이루어져있고, 현안을 두고 올린 상소문들이 그대로 인용되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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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들이 왕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의외로 쎈 발언들까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사'였습니다. 역사라는 거울이 있기에 그들은 왕 앞에서 자신감 있게 바른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런 토론과 직언이 허용되는 한, 왕조시대에도 희망은 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후대에 많은 왕들의 필독서였을 뿐 아니라, 왕에게 바른 정치를 권하기 위해 올리는 글의 전범이 된 책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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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선종은 이 책의 내용을 병풍에 써서 늘 곁에 두었다고 하며, 청나라 건륭제는 엄청 애독했을 뿐 아니라 여러 편의 독후감과 논평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도 800년 경부터 이미 통치의 교본으로 읽혀 왔고, 도쿠가와 이예야스에게 큰 영향을 준 책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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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편찬과 거의 동시대인 신라 말기에 이미 읽힌 기록이 있고, 고려시대에는 광종을 비롯한 많은 왕들이 이 책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특히 최승로가 시무책을 올릴 때 이 책을 모범으로 삼는다고 한 언급이 후대에 많이 인용되어 왔습니다. 공양왕 때 정몽주, 정도전이 <정관정요>보다는 더 근원적인 <대학연의>를 읽도록 권유한 이래, 조선시대에는 경연의 정식 교재로 사용된 적이 많지 않기는 합니다. 그러나 태조에 의해 국가적으로 간행되었고, 세조는 주석서를 기획하였으며, 숙종은 이를 다시 간행해서 신하들에게 하사하기도 할 만큼 이 책을 중시했습니다. 특히 영조의 <정관정요>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어서, 친히 서문을 지어서 다시 간행하게 하고 수시로 신하들과 함께 강독하였습니다. 정조와 신하들의 토론을 기록한 <일득록> 역시 이 책을 모범으로 삼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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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정요>는 통치자를 위해 편찬된 정치 지침서이지만,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에서 출발하여 관계를 제대로 만들어가는 방법, 지도자 양성의 이념과 방도 등을 비롯하여 성실, 신뢰, 겸양, 측은 등의 도리가 지닌 가치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굳이 정치에 국한시키지 않고 인간 사회의 문제들로 보편화하여 읽을 만한 내용들이 역사 사례와 함께 풍부하게 담겨 있어서, 다양한 분야와 각도에서 비판적 읽기와 확산적 적용이 가능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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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출전으로 회자되어 온 구절 몇 가지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임금의 도리는 반드시 백성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만약 백성을 해쳐서 자신의 몸을 봉양한다면, 이는 자신의 다리 살을 베어 배를 채우는 것과 같아서 배는 부르더라도 몸은 죽고 만다.〔爲君之道, 必須先存百姓. 若損百姓以奉其身, 猶割股以啖腹, 腹飽而身斃.〕” 《貞觀政要 君道》

“옛날 제갈공명은 소국의 재상이었는데도 ‘나의 마음은 저울과 같아서 사람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할 수 없다.’라고 하였는데, 더구나 지금 나는 대국을 다스리고 있는 데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昔諸葛孔明小國之相 猶曰吾心如稱 不能爲人作輕重 況我今理大國乎〕” 《貞觀政要 公平》

위징(580~643)은 본래 태자 이건성의 세마(洗馬)였다. 세마로 있을 때 늘 이세민을 일찌감치 제거하라고 권하였지만, 이건성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결국 이세민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다. 이세민은 제위에 오른 뒤 오히려 위징의 재주를 중하게 여겨 간의대부(諫議大夫)로 삼았고, 위징이 죽은 뒤에는 자신이 가진 세 개의 거울 중에서 잘잘못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 하나를 잃었다며 슬퍼하였다고 한다. 이세민은 일찍이 위징에게 “경이 나에게 죄를 지은 것은 관중보다 중하고 내가 경을 등용한 것은 관중보다 나으니, 근래 임금과 신하가 서로 잘 만난 것이 내가 경을 만난 것 같은 경우가 있는가.〔卿罪重於中鉤 我任卿逾於管仲 近代君臣相得 寧有似我於卿者乎〕”라고 하였다. 《貞觀政要 任賢》

 

 

● 참여 학생 혜택

① <정관정요도서 증정

② 소규모 독서모임 및 관련 주제 학생 자율 세미나팀 선정 시 운영비 지원

③ <정관정요>와 관련된 주제로 국내외 학생 자율 답사 프로그램 선정 시 경비 지원

④ 우수 성과물 시상향후 CORE 주관 해외연수 등 각종 사업 선발 우선권 부여

 

● 참여 학생 의무사항

독후감 제출(자세한 내용은 코어 홈페이지 참조)

관련 강연회 및 각종 프로그램에 적극적 참여

 

● 신청기한 및 방법

하단 링크 클릭

https://docs.google.com/forms/d/1aVf-rxyy3v5BcUp9yuk99-Lo5TrkM116oCVGgitd2NI/viewform?edit_requested=true

 

(2018년 10월 8(월)까지)

고려대 core 홈페이지 http://core.korea.ac.kr

 

 

 

고려대 CORE 사업단